지난해 전라남도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국제연합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한국 전체로 보면 지지난해 12.2%에 이르렀고 2018년에는 14.3%에 다다를 예정이라 하니, 바야흐로 고령 사회가 코앞에 다가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고령 사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노인 일자리, 독거노인, 의료와 요양 등 이미 눈에 보이는 문제도 한둘이 아닌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 크다.
요즘 출판계에서도 고령 사회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독자 평균연령이 점점 높아지니, 노안을 배려하여 활자를 키운다는 출판사도 나오고, 노년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침이라든지 젊을 때부터 어떻게 노년에 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도 꾸준하다. 이런 가운데 시니어 출판을 지향하는 출판사 ‘어른의시간’이 첫 책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을 펴내 눈길을 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부모를 간병하는 아들 스물여덟 명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후에도 고령 사회가 마주할 여러 상황과 문제를 짐작하고 풀어가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을 꾸준히 펴낼 계획이라 한다.
한편 참어른을 찾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해 초 일간지와 한 인터뷰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로 화제를 모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젊은이들에게 ‘꼰대’ 소리 듣던 노인과는 다른 파격적인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최근 그간의 삶과 시대를 향한 목소리를 담은 <풍운아 채현국> <쓴맛이 사는 맛> 두 권의 책을 연이어 펴냈다. 존경받는 어른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자기 세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바탕으로 속이 꽉 찬 조언을 하니 웬만해서는 꼰대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던 젊은 층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다. 올봄에는 오랫동안 존경받아온 어른 신영복(사진)이 ‘마지막 강의’로 우리 시대의 인간학과 사회학을 제안한다니, 어른의 목소리가 당분간 깊게 울릴 듯하다.
그럼에도 노인은 넘치는데 어른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 말을 명심하기 바란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앞에 소개한 말 앞뒤에 붙은 것인데, 제목 문장이라 그런지 한 부분만 떨어져 돌아다닌다. 젊은이 처지에서 늙은이를 바라보는 데에서 나아가, 함께 늙어가는 사람으로 늙은이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멀지 않은 때에 마주할 ‘늙은이가 보통인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자세 말이다.
-시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