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가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극히 낮다. 반면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할머니는 갈수록 늘고 있다. 골목 곳곳에서 어린이집 통원차량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다. "불가피한 핑계"로 부모를 모시지 않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부모에게 어린 자녀를 맡기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다. 물론 이를 증명해줄 통계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익히 아는 일이다.
"노인"이라 불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서럽다. 우리 사회는 노인을 부담스러워한다. 2009년 12월 현재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0.8%로, 7대 특별·광역시 중 1위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다는 건, 종종 부정적 의미로 해석된다. 고령화와 관련된 통계는 낡은 도시 이미지나 빈부 격차 등 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고령화가 사회문제인 건 분명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노인의 잘못이 아니라 저출산이 빚은 비극이다. 결국 고령화의 책임은 젊은 층이 주도하는 이 사회에 있다. 그래서, 지금도 젊은 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노인들은 우리가 대접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노인들이 사회로부터 받아야 할 건 소외와 무시가 아니라 존경과 효도다.
이 당연한 "도리"에 이제는 상까지 얹어준다고 한다. 부산시는 최근 "2010년 효행 장려 및 지원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 귀감이 되는 효행자에게 "효 사랑 카드"를 발급해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혜택을 주고, 표창해서 예우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효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부산시의 계획이 반가운 측면이 있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읽혀 뒷맛이 쓰다.
발상을 조금 달리 해보자. 그 어떤 도시보다 부산에는 "어른"이 많다. 인식을 바꾸는 순간, 부산은 훌륭한 자원을 보유한 도시가 될 수도 있다. 부산시의 정책 역시 한낱 전시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인식을 바꾸고, 왜곡된 사회구조를 고쳐나가는 방향으로 맞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