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의료비 지출 증가 노인 주머니 사정 어쩌나
흡연자 부담 … 병원·약국 이용비 급증 65세이상 소득 취약층 생활수준 악화
담배나 의료 등의 물가가 치솟으며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매년 각박해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소득 수준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쓸 돈만 늘어나는 현재 상황은 노후를 맞이한 이들의 삶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담뱃값 인상 소식에 직장인 층에선 주로 증세 논란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셌다면, 노인들은 지출 증가로 인한 직접적인 가계 부담을 염려하고 있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한 값의 가격이 4500원이 된다.
10년 전 500원 인상된 것과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인상 폭을 1000원~1500원 정도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2000원 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담뱃값의 80%가 순식간에 올랐다. 이를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한 값 정도를 피우는 노인의 경우에 대입해 보면 한 달 6만원 정도의 지출이 늘어나는 셈이다.
직장인에게도 한 달 6만원 지출 증가는 적은 돈이 아니지만, 가계 형편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담뱃값 인상에 소득이 취약한 노인들은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즐거움 가운데 추가로 담배를 이름 올려야 할지 모른다.
이번 인상으로 하루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내년부터 연 73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효과를 자신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비아냥'섞인 얘기도 나온다.
김형태(73·인천 부평구)씨는 "용돈으로 사용하는 돈이 한 달 30만원도 안 되는데, 유일한 낙인 담배를 지금처럼 계속 피우기엔 무리가 있다"며 "금전적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연하는 노인들에게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명분으로 이번 담뱃값 인상과 흡연자 지원을 약속했지만, 아직 예산 확보나 계획에 구체성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병원 공급과잉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무지 내릴 줄 모르는 의료비도 노인 생활 수준 악화에 한 몫을 한다.
한국의 2012년 의료비는 GDP 대비 7.6%인 9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의료비 증가율은 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의료비 증가율 4%를 상회한다.
추가적인 건강보험 재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처럼 소득 취약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소비 환경이 악화되면서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남녀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2년 기준 각각 41.6%, 23.0%로, 고용 선진국의 평균 19.5%, 10.5%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