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월세 전환 늘어… 저소득층·노인 주거비 급증
ㆍ‘슈바베 지수’ 상위 10%는 그대로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바뀌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과 노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다른 계층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통계청의 ‘2014년 가계동향’ 자료를 소득별로 집계하니, 지난해 소득 하위 10%(소득 1분위)의 슈바베 지수가 17.9%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15.6%)에 비해 2.4%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소비하는 103만원 중 18만5000원을 주거비로 사용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평균이 9.7%에서 10.4%로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훨씬 크고,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가계는 한 달 평균 255만원을 지출했는데 그중 26만5000원을 주거비에 썼다. 상위 10%(소득 10분위)는 슈바베 지수가 2008년 7.5%에서 지난해 7.8%로 큰 변화가 없었다.
슈바베 지수는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 중 월세와 수도세, 난방비, 관리비 등 주거 관련 지출의 비중을 뜻한다. 엥겔지수(식료품비 지출의 비중)와 함께 ‘삶의 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국이 가난할수록 슈바베 지수가 높아진다는 ‘슈바베의 법칙’에 들어맞는 사회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저소득층의 주거비 상승은 도시에서 저가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전세는 보증금만 내면 월세 부담이 없는데 자꾸 월세로 내몰리다보니 주거비가 올라가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 주택 중 보증금 1억원 이하의 비중이 2011년 43%에서 지난해 33%로 급감했다. 연령대별로는 가구주가 60대 이상 노인인 가구의 슈바베 지수가 14.4%로 가장 높았다. 2008년 12.7%에서 1.7%포인트나 높아졌다. 50대 이하 연령대는 9%, 10%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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