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0건 이상의 노인학대가 신고되고 있지만, 이 숫자는 실제 학대 사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노인학대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라는 국민 인식이 시급합니다."
6월15일은 유엔에서 노인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이다.
이종준(51)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13일 서울 중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대강당에서 열린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 행사에서 "노인학대가 주변에 알려지는 비율이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며 노인학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이 관장은 "노인학대 90%는 아들, 며느리 등 자녀들이 가해자"라며 "이 때문에 학대를 받는 부모들이 자식을 범인으로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되는 학대사례는 국내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관장은 "노인이 치매에 걸리자 아들과 며느리가 몇주간 방치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병원 응급실에서나 볼수 있는 폭력은 물론, 온갖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며 "특히 이들 학대자 대부분이 학대사실을 부모와 자식간의 개인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그러나 "노인들의 문제는 노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노인학대 캠페인에 동참하고, 학대받으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관장은 "노인을 학대하는 가해자들을 분석해 보면, 부양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사회제도가 보완되는 것도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인생의 3분의 1은 노년생활을 하게 된다"며 "모든 국민이 축복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노인공경문화를 법 제도적, 사회문화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코미디언 정종철씨, 아나운서 한성주씨, 연극배우 이주실씨, 다일공동체 최일도 대표가 노인보호 홍보대사로 위촉됐으며, 행사 뒤 노인인식개선 사진전시회와 가두 캠페인도 함께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