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자 전국 평균보다 낮아…홍보 부족에 심사 까다로워 요양원 대신 요양병원 선호
노인에 대한 재활과 생활 중심의 돌봄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겉돌고 있다. 홍보가 부족한 데다 등급 심사도 까다로워 부산지역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의 급여를 적용받는 요양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전국에서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부산은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다른 지역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 연보'를 보면 부산지역 65세 이상 노인 중 장기요양보험의 등급 인정자 수는 4.6%로 2만2814명이다. 이는 전국 인정자 비율(6.6%)에 비해 2% 포인트 낮다. 부산의 노인인구가 전국의 7.5%를 차지하지만, 신청자 수는 6.5%에 불과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는 P요양원의 한 관계자는 "부산의 등급심사가 까다로워 다른 지역을 찾는 노인도 있다"고 말했다.
치매 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모시는 가정 상당수가 쉽게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찾는 실정이다.
직장인 김모(51·부산 동래구 사직동) 씨는 2014년 9월 치매 증상 등을 보인 70대 후반의 부친을 요양병원에 6개월가량 입원시켰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알고 어렵게 등급 판정을 받은 뒤 인근 요양원으로 옮겼다. 김 씨는 "부친이 요양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너무 오랜 기간 병상에서 생활해 마음이 아팠는데 요양원에서는 잘 지낸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 요양원에 비해 입원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도 비슷한 수준이다. 장기요양보험은 자기부담금이 2등급 기준으로 월 50만 원이고 나머지는 장기요양보험 급여로 지원한다.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급여를 받아 월 20만~80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의 요양병원은 179곳으로 광역시 중 가장 많고, 요양원(89곳)의 배에 달한다.
또 요양원은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를 확보해야 하지만, 요양병원은 규정조차 없어 '돌봄'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경성대 김수영(사회복지학) 교수는 "경증질환 노인도 요양병원에 일찍 입원해 중증 환자가 되면 자립성이 떨어지고, 신체적 기능마저 약화돼 재활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요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 체계가 역전됨에 따라 정부의 노인 복지정책도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보험료가 지급되지만,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급여가 지원된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료서비스가 필요없는데도 요양병원에 입원한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에게 건강보험 급여액 5500억 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