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두 얼굴"] 서글픈 자화상 … 노인학대 신고 지난해 비해 82% 급증 아들이 절반 이상 며느리·딸 뒤 이어
#사례1=약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아들딸과 연락이 끊겨 의지할 데가 없던 이모(81) 할머니는 조카(55)가 모시겠다는 말을 고맙게 여기며 조카와 한집에 살게 됐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지자 조카들은 이 할머니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발길을 끊었다. 대신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와 장애수당은 꼬박꼬박 조카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신고를 받은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생계비 착취는 재정적 학대에 속한다는 점을 알리자 조카는 착취사실을 부인하다 갑자기 이 할머니를 모시겠다고 했다. #사례2=젊을 때 바람을 피우고, 어머니를 자주 폭행했다는 이유로 평상시에도 아버지(66)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들(25)은 지난 14일 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를 약 30분간 폭행해 늑골골절과 장기손상으로 숨지게 했다.
가정해체 현상의 심화와 더불어 복지혜택의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호받아야 할 노인들에 대한 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7일 부산동부·서부노인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59건이었던 노인학대 신고는 지난해 290건으로 82%나 증가했으며, 노인학대 상담도 1천907건에서 2천702건으로 4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의 학대신고는 91건으로 주춤하지만, 상담은 1천753건에 이르러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의 경우 노인학대 유형별로는 기본적인 부양 없이 방치하는 "방임"이 28%로 가장 많았고, 언어·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각각 27%로 그 뒤를 이었다. 2006년 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언어·정서적 학대는 지난해 주춤하더니 올해 들어 다시 35%로 증가하는 추세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며느리(14%)와 딸(12%)이 그 뒤를 이었다.
자녀들에 의한 노인학대가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것은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부양이 미약한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거부감을 이유로 가족들마저 노인들을 힘겨운 생활여건에 방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부산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안경숙 관장은 "노인학대의 주체가 대부분 가족이기 때문에 이웃들이 발견하고 개입하기 어렵지만 의심되는 사항이 있으면 즉시 노인학대 신고전화인 "1577-1389"로 연락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