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따른 노인 관련 정책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노인에게 필요한 자살예방 상담 등과 관련된 정책은 거의 없어 외로운 노인들이 제대로 상담조차 받지 못 한 채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빈곤 등 원인 20년동안 5배나 증가
정부 노인 대책 폭력·학대 등에 초점 치료·상담 적극 나서야
19일 경찰대가 최근 발표한 "노인자살 실태 분석과 예방 대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61세 이상 노인 자살자수는 1989년 788명에서 2008년 4천29명으로 20년간 5배나 증가했다. 전체 자살자 중 노인 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989년에는 10.3%였지만 2008년에는 32.8%로 껑충 뛰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도 "2008년 연령별 자살률" 조사 결과 80세 이상 노인층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연간 112.9명으로 가장 높은 연령대별 자살률을 보였다. 80세 이상의 경우 연령별 자살률을 10년 전인 1998년과 비교하면 무려 12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데는 질병으로 인한 우울증이 주된 이유였다.
경찰대 연구보고서에는 노인들이 자살을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질병(37.1%)으로 지적했다. 고령화될수록 신체적인 장애는 당연히 수반되는 것인데 이 같은 장애를 인정하지 못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뒤이어 경제적 어려움(33.9%)과 외로움과 고독(13.2%), 가정불화(10.6%) 등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노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줄 말벗은 그리 많지 않다.
부산시 노인종합상담센터의 경우 전화로 상담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매일 1차례씩 찾아가는 상담을 실시하고 있지만, 상담사가 2명에 불과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도 2곳이 있지만, 폭력 및 학대 등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 특히 부산 전역 13곳에서 운영 중인 노인복지관 역시 전문 상담사들이 배치돼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노인들의 자살을 막기 위한 정부 예산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관련 정부 예산은 7천927억 원인데 반해 자살예방 관련 정부 예산은 7억 원에 불과하다. 부산시 역시 올해 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전 연령층의 자살을 막기 위한 것이어서 노인 자살관련 정책 추진에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
부산시 정신보건센터 김철권 소장은 "노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치료 및 상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상담만으로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며 "총체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살예방센터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2008년 7대 광역시 자살률(10만명당) **
인천 - 27.7% 부산 - 25.9% 대구 - 24.5% 울산 - 23.4% 대전 - 22.9% 광주 - 22.1% 서울 - 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