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1)이 생기면(3) 빨리(8) 구해(9)주세요. 노인 학대 신고전화 1577-1389를 기억하세요.’

 15일은 제6회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이다. 노인 학대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17년 제정한 날이다. 유엔이 2006년에 제정한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을 모델로 했다. 노인 학대는 노인을 신체적, 정서적, 성적으로 괴롭히거나, 경제적으로 착취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례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시급한 상황이다.

■노인 학대 현황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9년 62만 명(전체 인구 중 18%), 2020년 12월 66만 명(19%), 2021년 12월 68만여 명(20%)이었다. 인구수뿐 아니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늘었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 학대 사례도 증가했다. 부산에서 신고 건수는 2019년 894건에서 2020년 1105건, 2021년 1285건으로 증가했다. 신고 중에서 학대 판정 건수는 2019년 354건, 2020년 417건, 2021년 496건으로 늘었다.

 언론에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폭력적 학대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언어폭력 같은 정서적 학대나 방임이 대다수다. 자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부모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가 종식돼 가는 최근에는 시설에서 학대를 당했다는 제보가 더러 들어온다. 가족에게도 금지됐던 면회가 해제되면서 그동안의 나쁜 사례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셈이다.

신고 건수와 학대 판정 건수가 증가한 이유로는 세 가지가 손꼽힌다. 먼저 노인 인구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는 바람에 집에 갇혀 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부산서부노인보호기관 오주영 관장은 “코로나 때문에 신고가 늘었다. 학대자와 피학대자의 밀접 접촉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인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 의식이 높아져 학대를 참거나 신고를 주저하는 일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오 관장은 “여성 노인의 경우 남편에게서 언어, 신체 폭력을 당할 경우 과거에는 대부분 참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녀가 부모 사이의 학대를 신고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 관장은 “사소한 학대나 분쟁이 있을 때 미리 개입하면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개입이 늦어질수록 학대가 심해지거나 악화될 우려가 크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 이웃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신고하나

 노인 학대 사례를 목격하면 ‘1577-1389’나 경찰 '112'로 신고하면 된다. 노인 학대 담당 시설인 부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051-867-9119)이나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051-468-8850)에 직접 전화해도 된다. 퇴근 후에는 전화가 담당 직원 핸드폰으로 돌아간다.

 오 관장은 “노인 학대는 가정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다. 신고 전화 한 번이 어르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신고 의무자는 물론 모든 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초기 단계에 신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출처: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2061216151393651